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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단편연재소설] 나비의 새벽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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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서유진 작성일19-10-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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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서유진너는 네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셔라. ―잠언 5장15절
 
"캔 맥주 한잔하시겠습니까?"

  남자는 생수병을 든 채 물었다. 유라는 고개를 저었다.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유라에게는 세 가지의 철칙이 있었다. 금주, 금연, 콘돔 사용이다. 금주는 고객의 기분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주기 위한 직업적인 배려이지만, 금연은 순전히 유라 자신을 위해서이고, 콘돔 사용은 세상을 위해서이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고객을 위해서는 순간의 완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유라는 유단자이므로 한 손으로 고객의 허리춤을 붙잡고 맥을 못 추게 해 섹스의 참맛을 운운하는 대의명분에 콘돔을 단번에 덮어씌울 수 있었다. 그것이 싫다면 당장이라도 모텔 방을 나가라고 한다. 그러면 고객들은 어쩐지 하인처럼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다음 경우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불과 반년 전, 바로 이 모텔에서였다. 유라는 한 중년 남자의 정수리까지 벗겨진 넓은 이마에 대고 비즈니스, 비즈니스, 하고 되뇌었다. 코 옆에 검은 사마귀 점이 붙은 이 사내가 옆방의 친구에게 전화를 건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어이, 그쪽은 재미가 어때? 한 번 바꿔 볼래? 두 사내가 키득거렸다.
 
잠깐 여기에서, 그날을 회상하는 유라의 독백에 귀를 기울여보자.

  인간의 타락이라면 이미 갈 데까지 간 게 아닌가. 저 그리스 신화시대에는 수간이 있었고, 소돔과 고모라 시대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성 혼란 시대이다. 성 불가침의 시대이다. 정치에 보수와 진보 세력이 갈리듯 동성애나 성 문란에 대한 가치관도 양분되어 자신의 신념을 함부로 주장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스와핑은 거대한 고목에서 나온 가지에 불과하다. 신은 인간들을 참고 기다리는 것일까. 유라는 하나님 앞에 아주 최소한이나마 인간의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사마귀 사내는 옆방으로 건너가겠다고 말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사내가 샤워하는 동안 유라는 재빨리 사내의 지갑을 찾아 손에 집히는 대로 지폐를 챙겼다. 한달음에 문 쪽으로 내닫는데 사내가 뒤에서 몸을 덮쳤다. 유라는 사내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침대 위로 뛰어올라 하이힐로 사내의 턱을 찼다. 사내가 코피를 훔치며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고 있을 때 옆방의 사내가 벨을 눌렀다. 좁은 공간에서 세 사람의 몸이 얽히고 부딪쳤다.
 
"아무리 이런 직업을 가졌지만 나를 암캐처럼 취급한다면 당신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야!"
 
유라는 음란한 짓 하지 말라고 호통치고 밖으로 나갔다. 따라 나온 사내가 머리채를 잡았을 때 한 손이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그 틈에 유라가 옆차기로 사내의 가슴을 격파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리다 힐끗 돌아봤을 때 도움을 준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계속>
소설가 서유진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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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